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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백

일상 -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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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인가... 오랜만에 이곳에 들어왔다.

사소한 감정을 적어간다는 것이 점차 무색해지는 나이에 접어드는건지, 점차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뭣모르던 젊은 어느날에는 무엇이 그리도 한탄스러웠는지, 감정을 쏟아내던 순간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조차도 희미해진다. 아마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실감나는 것은 커다란 부분만이 아닌, 작고 사소한 것들이 모이는 것이겠지. 시간의 뒷편에 숨어, 알면서도 외면하다보니 '저렇게 커다랐던가?'는 현실을 자각하는 게 참으로 여러차례이다.

망설이던 감정을 겨우 달레어 돌아온 이곳. 순백의 공간에 무엇으로 채워놓을지 고민이었지만, 이내 생각을 채우고 덜고를 반복하는 나를 보며, '별수없는 인간이구나'는 감상에 젖는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아직은 그 감정을 온전히 잃어버린건 아니라는 점에서.

깨끗해 보이는 이곳에도 적잖은 곰팡내가 풍겼다. 미안하다만 어쩌겠는가. 주인 성격따라 공간도 그리 따라가는 것을..

주말을 맞이하여 집안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려놓고, 이곳 또한 작은 청소를 시작한다. 물리적 청결을 만드는 것은 무리겠지만, 시각적 청결을 들어내는 방법은 역시나 글과 사진 뿐이겠거니 싶다. 그간의 짧은 단상들을 하나 둘 읽어보며 청소를 시작한다. 익어가는 육신마냥, 정신 또한 성숙해야될테니. 별달리 나아진 것이 없는 어줍잖은 감정과 생각들을 정제해가며 적어본다.

훗날 이 글은 내게 어찌 보일까?

잔잔하게 자리를 지키던 이곳과는 달리, 일상의 삶은 꽤나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고 있다. 일도, 개인적인 프로젝트도. 시작을 알린 총성의 현장과, 과도기를 향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두 갈래의 삶은, 스스로에게 다양한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변화할것이냐?' '무엇을 보여줄것이냐?' '왜 그렇게 하고 싶으냐?' 답은 이미 알고있으나, 뿌리깊게 정리하기 까지는 한쪽은 꽤나 시일이 걸릴 듯 하다.

뜨거움과 습함을 겸한 날씨에 자전거의 낙을 즐기는 데 주저함이 생긴다. 그럼에도 간간히 조용한 곳으로 어둑해진 시간에 간간히 라이딩을 떠난다. 돌아보면 서러움으로 자학하던 젊은 날의 내가 할 수 있는 행위가 정리 되지 않았던 감정을 쏟아내는 것에 주목했다면, 시간이 흘러 돌이켜 보는 그 시간에 내게 전하고 싶은 작은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잘 버티고 있으니 염려말라고

무튼 오늘의 기억이, 다음 시간에 내게도 전달되어 좋은 호흡으로 유지되길 바래본다. 빨래도 잘 널었고, 청소도 마쳤으며, 오랜만에 글도 채워놨으니, 다시금 라이딩을 나가봐야겠다. 

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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