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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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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물다섯 복잡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나에게 닥친 혼란이 아무렇지 않을 세상의 혼돈 속에서, 나는 쥐죽은 듯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지난 겨울의 나는 그러했다. 아직도 헤메이는 감정의 흐름아래, 나의 삶과 혼란이 사그라들기만을 바랬다. 아무런 의욕도, 열의도 나타나려 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의 마음은 추위와 함께 얼어붙어갔다. 이 시간을 견디어 내야만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수긍하고 있었다. 부정하려 하면서도 외면했던 것은, 그것이 도리어 감정의 화가 되어 닥쳐온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이 파편될 수록, 나의 사유로 치루어 지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였다.다시금, 봄이 왔다. 혼돈스럽던 세상은 따스러워지는 봄바람과 같이 세상..
일상-스물셋 어느덧 4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여전히 가시지 않은 설움의 감성을 띈 공기와 찬바람이 섞이며 몽롱하게 중화되어 가는 자화상을 바라보고 있다. 나날이 빠져들어가는 수렁은 깊어져만 갔다. 이따금 정신이 돌아오는 날이 있었지만, 그 마저도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알면서도 외면하게 되고 그것이 일상이 되어 갔다. 우울증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그래도 이번달은 뭘 해보고자 발버둥을 쳐본 것 같다. 올초 내부 인테리어를 제법 크게 바꾸었는데 그 와중에 바꾸지 못한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아에 걸리는 경우가 제법 많아졌다. 몇 달 끙끙 앓으며 고심했었지만 이내 포기하던 찰나, 작심하고 이번에 바꾸면서 완성시켰다. 덕분에 책상머리에 앉는 시간이 다시 늘어났..
일상-스물둘 감정의 바다가 넘실거린다. 갑자기 타오르는 기분으로 몰두하다 한순간에 식어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일말의 행이라면, 조금은 깨어난 느낌이고 무언가를 붙잡고 해보려 하는 것. 여전히 가슴은 황폐하고 타들어가는 감정이 지배하고 있음에도 구태여 끄집어내고자 하는 용기를 짜내는 건 긍정적일 것이다.이것은 나의 비참한 오늘을 기록을 기억코자 남기는 발악이다. 언제까지 꾸준함을 유지하며 남겨둘지는 모르겠다. 어느날 내 생각과 반대로 이 조차 지워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망각은 신의 배려라고 하는데 자격 미달이라 그런지 망각은 찾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홀가분해지고 싶다. 문이 닫히고 있지만 그와 달리 말끔히 깨어나고 싶다.담담해질 순간은 올 것이다. 증오는 그대로 남겠지만 황폐해진 마음도, 타들어가는 감정도...
일상-스물하나 20대를 넘어선지 두배가 넘는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내 모습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 비추어진다.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정해야 할 건 해야 한다. 지금 나는 많이 지쳐있다.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이렇게 타자를 쳐가며 감정을 담아내는 행위조차 용기가 필요할 만큼. 요즘은 모든 것에 화가 올라오고 증오가 그득하다. 애 궂은 감정에 몽니를 부리는 것 같아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그냥 회의적으로 비추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슴은 계속 타들어가는 기분이고, 썩 좋지 않은 상태이다. 아무리 시원한 물을 연거푸 마셔봐도 여전히 가슴은 타들어간다. 없던 스트레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속을 달래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는다. 이를 열의로 바꿀 수만 있다면 무한의 동력이 되어 나..
일상-스물 모처럼 밖으로 나갔다. 피부과를 다녀오고, 머리를 새로이 다듬었다. 떨어져가는 향수도 새로 구매했다. 가볍게 점심도 먹고, 인파 속에서 유유히 홀로 길을 재촉했다. 시간은 분주하게 흘러갔다. 저녁 무렵 집에 도착해서는 집안일에 매진했다. 이불을 포함한 빨래부터 청소, 분리수거까지 명료하게 처리했다. 은근히 거슬리던 손,발톱도 말끔히 다듬어주었다. 쾌쾌한 집안의 냄새도 빼내고, 향긋한 오일로 분위기를 정화해나갔다. 오랜시간 부재했던 책상도 정리했다. 방전된 기기도 서둘러 충전을 먹였다.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 되돌아보니 오늘은 들인 돈 만큼이나 참으로 알차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에도 가시지 않은 갑갑함은 달아날 줄 모른다. 잊혀지기 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휴대폰 속에 쌓여있..
일상-열아홉 지속될 것 같던 한 순간의 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지금이지만, 나는 여전히 꿈속을 헤메는 기분이다. 어느 시간에 깨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했노라 스스로 위안 삼는 것도 한계가 따른다. 점차 피폐해진다. 몽롱한 기분만큼이나 가라앉는 마음을 쉽게 잠재울 수는 없어 보인다. 이전처럼 더 많은 잠과, 고민할 필요 없는 메뉴 선정. 더욱 내리쬐는 여름날의 햇살. 겉으로는 흘러가는 데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속이 타버린 시간 또한 적지 않다.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는 후련함이 한켠에 남겨지고 있다. 뜨거운 날씨 마냥 뜨겁게 타올랐던 순간들이었다. 남은 것이라곤 작별을 고하는 것 뿐인데,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졌다. 어떠한 마음의 감정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는 그저 우울하고..
일상-열여덟 인간이 나른해질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언제일까? 어느 환경에 머물고 있던지 간에, 환경안에 속한 사회를 마주하며 나의 삶을 나른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여유. 그것은 언제쯤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마도 내가 처한 삶의 방향이 목표라는 낯선 벽을 만나서 일까? 목표를 꿈꿔오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목표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유야 여러가지이겠지만, 아마도 나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리라 여겨진다. 남들 못지 않은 (?) 특출난 삶일수도, 혹은 매우 싱거운 인생일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겪어오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목표를 가져본 적은 없었다. 원하는 방향이 보여지면 주저없이 달려가곤 했다. 때론 상처를 입고, 때론 빛을 지며, 때론 혼자 남겨지던 순간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가고자 하는 방..
일상-열입곱 매년 이 시즌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몰아치는 업무에 파뭍힌다. 살기 위한 방편인 것이 현실이지만, 이래야 먹고 살수 있다는 사실이 기저에 깔려있다. 때론 자괴감이 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처럼 호기롭게 파이어족으로 준비하고자 하는 것을 도전하는 것도, 모으는 습관을 잘 다스려 꾸준히 재정을 관리하는 능력도, 모두 나에겐 함량 미달인 기준치였다. 살아오며 느끼는 것이지만, 지나간 버스를 바라보며 한탄해봐야 급한건 나의 이야기다. 떠나간 버스가 사정을 알아주지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이 진리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 속에 삽질을 거하게 했던 것인가. 현재 상황도 어찌보면 도로아미타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목표와 해야할 명분은 손에 쥐게 되었기에 내심 다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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