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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백

일상-스물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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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시간이 잦아들어가고, 다시 가을이 찾아왔다. 한해를 넘기며 나는 정체되어 간다는 것을 하루하루 체득하는 중이다.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 모른채로 시간에 부유 중이다. 잠깐 정신이 든 적도 있었지만, 이내 제자리로 회귀했다. 막연한 시간과 세상은 나를 제치더라도 아무런 꺼리낌 없이 제 할일을 하고 있다. 막연히 나아질거란 근본없는 자신감은 점차 축소되고 위축되어 갔다. 내가 정체될 수록 소득없는 지출은 어떠한 형태로든 청구되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외면하고 싶지만, 정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멍한 정신을 깨우는데 시간이 걸림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는 나아가야 한다. 숲을 보고 있다는 개념을 벗어나 일단 나무라도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무도 못보는데 숲은 어찌 보랴.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시간을 도외시했던 스스로에게 닥친 재앙일지도 모른다. 자책의 순간이 길어질 수록 수렁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쌓여가던 쓰레기들을 내놓으며, 어둑한 자정의 바람을 맞았다. 뜨겁던 지표면의 열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그라 들었다. 인생이란 이런것을지도 모르겠다. 미약한 자존감. 상처받은 감정을 보듬기에 아직도 작은 그릇의 양이 버겁다. 그럼에도 주어진 나의 시간을 반전시킬 기회 또한 어디엔가 있으리라 믿어본다. 나에게 부여되는 동기를 오로지 활용할 수 있는 마음을 새겨보자. '그저 꾸준히 하는 것'. 어제까지가 불운에 침식되었다면, 오늘부터는 그 무계의 추를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여정의 끝을 생각하기에는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저 외면했을 뿐. 이렇게 다독이며 한걸음씩 내딫어 가보도록 하자. 깨어나자.

 

25.09.22 am 1:51

 

(c)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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