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나에게 닥친 혼란이 아무렇지 않을 세상의 혼돈 속에서, 나는 쥐죽은 듯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지난 겨울의 나는 그러했다. 아직도 헤메이는 감정의 흐름아래, 나의 삶과 혼란이 사그라들기만을 바랬다. 아무런 의욕도, 열의도 나타나려 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의 마음은 추위와 함께 얼어붙어갔다. 이 시간을 견디어 내야만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수긍하고 있었다. 부정하려 하면서도 외면했던 것은, 그것이 도리어 감정의 화가 되어 닥쳐온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이 파편될 수록, 나의 사유로 치루어 지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였다.
다시금, 봄이 왔다. 혼돈스럽던 세상은 따스러워지는 봄바람과 같이 세상을 포근하게 바꾸어주고 있다. 온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나에게 닥친 혼란들도 서서히 사그러들어가는 중이다. 반년도 넘는 시간을 갖으며, 나는 나의 마음에 드리운 그림자를 마주하고 침묵하며 직시하기만을 했다. 반복되는 형국에서도 결국 봄은 올것이다라는 믿음. 약간이나마 빛을 바라는 시간이 오고 있다. 단지, 바뀌어 가는 계절에 맞춰 회복되지 않은 몸상태와 마음으로 인해 추스리는 것이 여간 어렵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제법 적절하게 대응하려 애를 쓴다 여겨진다.
어느덧,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지점에 서있다. 부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에 맞는 준비를 해놔야 하는 것도 알고 있다. 여전히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걸음씩 내딛고 나아가야 한다. 그 속에서 성장이라는 과정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내제화 시켜야 한다는 스스로의 과제가 생겼지만, 이 또한 나에게 주어진 삶이다. 부던히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요 몇일만에 정신을 차린 오늘. 이렇게 흔적을 적어가며, 나는 내일에 대한 움직임을 준비해본다. 결국, 돌고돌아 찾아온 봄날의 햇살처럼.
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