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여전히 가시지 않은 설움의 감성을 띈 공기와 찬바람이 섞이며 몽롱하게 중화되어 가는 자화상을 바라보고 있다. 나날이 빠져들어가는 수렁은 깊어져만 갔다. 이따금 정신이 돌아오는 날이 있었지만, 그 마저도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알면서도 외면하게 되고 그것이 일상이 되어 갔다. 우울증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번달은 뭘 해보고자 발버둥을 쳐본 것 같다. 올초 내부 인테리어를 제법 크게 바꾸었는데 그 와중에 바꾸지 못한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아에 걸리는 경우가 제법 많아졌다. 몇 달 끙끙 앓으며 고심했었지만 이내 포기하던 찰나, 작심하고 이번에 바꾸면서 완성시켰다. 덕분에 책상머리에 앉는 시간이 다시 늘어났고, 뭘 하더라도 목적이 섞이지 않는 행동이 가능해졌다. 늘어질뻔한 운동도 부산히 행한 덕분에 낙제점은 겨우 면했다. 미루었던 공부들 중 일부도 작게나마 시작했다. 세상에 발걸음을 내딛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고, 온전치 않은 상태인 것은 여전하지만 회복되어 간다는 기분도 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동료와 식사를 하며 원치 않던 소식을 접했다.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도 빠른 결론이었다. 차분하면서도 착찹한 심정이 들었다. 이렇게 인생의 한 페이지였던 순간이 넘어가고 있음을 목격하며, 지난 4 달이라는 시간이 교차되어 흘러갔다. 세상은 불공정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인정한 것에 비례하지 못할 만큼의 불공정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약한 자가 패배하는 세상이다. 거기에 약해지고 있던 스스로에게 반전이 되어 주지 못하고 있지만, 느리지만 되돌아오는 자화상은 그 와중에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에서 조금이라도 해보자라는 것으로 변화하기까지 4개월이라는 시간을 시체처럼 보냈다. 지금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면서도 천운이 따라주는 것일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온전한 회복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되돌아오고 있다는 호재는 분명하다. 다만, 결국 시간이 모든 해답을 제시해줄 것인가?라는 무의식의 물음에 답은 여전하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착오는 여전하겠지만, 홀연히 나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현재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은 불행과 다행중 어느 편에 속할지. 그럼에도 4개월이 흐른 결론을 바탕으로 하는 최소한의 견해로써는 지금보다 처연해지고 잔잔해져 갈 것은 분명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순간을 맞이하기까지의 인내만이 지금 내게 필요하다. 지금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