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선

무지의 댓가

반응형

지난주는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이었다. 어느 정도 정리를 마쳐가는 중이지만, 요약해보면 '복잡했고 기이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은 별 다른 것이 없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길 바랄 뿐. 다시금 인내로 점쳐야 하는 일상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현실은 이것이 최선이다. 휩쓸리지 않도록 다잡고 가는 것 밖에 없다. 결국 삶은 순환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줄곳 그래 왔으니.

그 와중에 한통의 청구서가 날아왔다. 건강보험공단이었다. 별 달리 접점은 없는 곳인데, 뭘 또 내놓으라 하는가 싶어 표지를 보자마자 짜증이 조금 밀려왔다. 뜯자마자 반기는 것은 별 달리 없었지만, 내용은 이러했다. (ㅇㅇ님은 현재 대사증후군 주의 단계입니다.)  

하.. 대사증후군이라... 병원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무언가 싶어 검색창부터 열어봤다. 요약해보면 '동맥경화와 고혈압,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올게 왔구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년만 돌이켜봐도 식습관이 개판으로 점쳐졌다. 모두가 그랬지만, 나 역시도 배달 음식 의존도가 강해졌고, 메뉴 역시 기름기와 지방. 혈관에 도핑을 거하게 놓을만한 재료로 가득했다. 낮/밤이 뒤섞이는 경우가 많았고, 평균적인 수면 시간 역시 들쑥날쑥했다. 나름 몸 생각한다 해서 전자담배로 바꾸긴 했지만, 기존 흡연 수치와 비교해봐도 비등비등하다. 다행히 술을 마시지 않게 되다 보니 하나 피해 가긴 했다만... 결과는 뻔했던 것이다.

평소 마른 비만 체형이라는 결과를 자주 받아 들곤 했는데, 몸에 변화는 큰 편이 아니었다. 나름 이 나이 먹도록 똥배 안 나오게 한 공(?)을 높게 치하하며, 잘 관리하고 있다 도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 1년이라는 시간을 맞이하며, 이 마저도 헛수고가 돼버렸다. 슬슬 정리가 되지 않는 옆구리와 똥배 살이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삶 속에서 살 때문에 고민이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건만... 이제 때가 된 것이라 생각 든다. 자업자득이었다.

안 그래도 2주 전부터 살짝 더부룩한 느낌이 있어 '아무래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격하게 사랑하는 밀가루들과, 육류 위주의 식단. 온몸을 자극하는 기름기의 향연을 배척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아침부터 발아현미 시리얼과 두유, 바나나로 연명하며 점심은 가볍게. 저녁 또한 과일이나 아예 먹지 않는 것을 택했다. 소화기관의 말썽이 오랜 숙제였던 만큼, 양배추즙 구비 또한 완료하여 꾸준히 복용 중이다. 약소한 노력들이 쌓여가며 완벽하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1차적으로는 미세한 의미의 성과를 얻고 있긴 하다. 운동 또한 제법 노력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맴돈다. 이번에는 기존과 다른 뉘앙스로 다가온다. 연식(?)도 쌓여가고, 미흡한 결과물의 축적을 두 눈으로 받아 든 만큼, 유의미한 결론은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요즘 들어 체력이 자주 떨어지는 것도 민감하게 다가오고 있기에, 그나마 타던 라이딩의 횟수도 늘려야 할 판이다.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가. '한국은 체력이 좋고, 기술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키워야 할 시기가 온 듯 싶다. 남성호르몬의 감소이니, 집중력 감퇴이니 등의 뉴스가 들어오지도 않을 때가 있었건만. 옛날을 그리워하기엔 남은 시간부터 챙기는 게 우선이다. 탓해서 뭐하랴. 무지했던 시간의 성적표일 뿐. 이젠 필수로 들여봐야 할 시간이 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