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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

自家撞著(자가당착) : 무엇을 개발하라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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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것에 비해 읽는 것은 여전히 미흡하지만, 꾸준히 행하려하는 것 중에 하나가 독서이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다시피 했던 나이지만, 타의적으로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니 조급함이 다가온다. 그러다 보면 진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구매해버린 책들도 더러 있다. 남이 아닌 나부터가 이미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다.


자기 개발의 시대

개인적 취향과는 별개로, 간혹 자기개발서적 코너를 살펴보는 경우가 있다. 시대가 진화해가도 자기 개발이라는 화두는 이를 거스른 적이 없었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에 접한 자기 개발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오랜시간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대 시절부터 나 또한 제대로 자기 개발을 해봐야겠다는 일념하에 이런저런 책들을 구매했다. 나 또한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램이 없을까?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놓고 미처 다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금세 수두룩해졌다. 먼지만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후회와 다짐을 수차례 반복하는 내 꼴이 우스울 지경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기개발'이라는 단어에서 찾아오는 모순점을 언제나 발견한다. 요즘 들어 발간되는 자기개발 서적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무엇을 획득하고, 무엇을 역행하며, 무엇을 가지고 초격차로 나아가라는 말인지 읽어보면서도 갸우뚱해진다. 실상 내용을 뜯고 보면 '너의 노력에 달려있다'라는 단순 보편적인 진리를 가지고 말하는 것은 알겠다. 여러가지 아이러니함을 내포하고 있다. 생각만 하는 것 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좋은 것이지만, 이러한 자기개발서적을 구매하는데 있어서는 새삼 깨림직해지는 감정을 숨길 수 없다. 

때로 어떤 책들은 '니가 놀고 있을 동안, 내가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뉘앙스 한스푼을 더해 자랑질을 내뿜는 책들을 마주하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는 경우가 종종있다. 자기 개발의 방법을 알기 위해 책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인데, 정작 저자가 말하는 관점은 '니가 그러고 있으니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지적에 가까운 권고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깨우치기 마련이라지만, 저자가 이룩한 성공이 얼만큼 대단한것인지를 가늠해보면 선듯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역으로 만약 누군가 나의 꿈을 이루어주는데 무엇이든 값을 치루겠다는 제안을 던져본다. 과연 가능할까? 설령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그것이 나의 꿈을 이루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는 마치 테세우스의 배를 보는 심정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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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란, 사물의 변화와 그 정체성의 지속에 관한 형이상학의 난제 가운데 하나로, 본질주의나 다발론과 관계가 있으며 더미의 역설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실제 일화를 배경으로 이해하기 쉬운 현실적인 예를 들고 있으며, 더욱이 여러 형태로 변주될 수 있기에 인기가 많다. 다양한 함축을 가지며, 각종 예술, 문학 작품에 모티브를 주었다. - 나무위키 발췌

 

무엇이든 만들어지는 시대

하나의 자기개발 서적이 눈에 들어왔다. 꽤나 도발적인 제목과 캐치프래이즈로 시선을 끌었다.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읽다보면 뭔가 뒤통수가 깨름직한 기분이 든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특별한 것이 없는 것 자체가 특별할 수 있다. 보통의 시선에서 미처 생각치 못한 점들이 시사하는 바가 사뭇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화려함으로 치장했는데 속은 비어있는 기분만 맴돈다.

설령 나만 이런가 싶어 웹상에 리뷰들을 찾아봤다. 여기에서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다수의 인플루언서들이 이 책을 너무도 추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좋은 책을 추천하는 것이 잘못된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바와 결이 달랐다. 책과는 거리가 먼것같은 미남미녀들이 마치 일상컷 마냥 포스팅을 올려놓은 것이다.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저리도 외관에 치중한 모습을 담아 책을 찍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1차원적으로는 당연히 잘 팔리는게 목표이다. 누구나 아는 이유를 제외하고 다른 이유를 찾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또한 내 생각이 짧아서 그런것이라 생각들지만) 이런 모습에서 저자가 말하는 초격차나 자기 개발이라는 단어는 궤변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를 '아니면 말고'라고 퉁 치고 말면 그뿐인가?

무엇이든 만들어지는 시대속에 서점에 비치된 베스트셀러라고 별수 있을까? 이 역시 만들어지기 나름이다. 물론 짧은 식견으로만 판단한 나만의 편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개중에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간간히 보였다. 저것이 리뷰인지, 자랑질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것이 종종 생기니 말이다. 책의 전제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외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개발 서적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책을 속아내고 찾아가는 것은 나의 몫이다. 지적질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기개발을 찬양하는 오늘날의 상황이 어쩌면 우리 모두를 자가당착에 빠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반복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23.07.22

SE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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