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려 했다. 가지고 있는 식견이 좁은 것도 문제이고, 시국을 생각하는 자세 또한 아직은 부족함이 넘치기 때문에, 어줍잖게 말해봐야 뭐 하겠나? 싶은 생각이 많아 머뭇거려 왔지만, 방금 읽어내린 기사를 보며 얕은 생각이라도 풀어보고자 한다.
국회에서 진행중인 필리버스터와 관련해서 1일 밤 단상에 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필리버스터 중단을 언급했다. '모든 수난과 질타를 안고 가겠다'고 말한 박의원의 발언은 사뭇 의미심장 했지만, 이 상황을 묵묵히 바라보며 지켜 왔던 지지 층과 유권자들의 마음은 아직 봄이 멀기만 한 3월 첫날을 싸늘한 시선으로 곱씹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필사적으로 보여주며 노력해왔던 '쇄신'이 자칫 거품처럼 꺼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언이 그들의 진정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한 두사람의 생각으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1) 유권자들에게 인정받아 현 정권을 견재 2) 안정적인 권력을 유지하여 국면전환을 해 내겠다는 의지 3) 이를 위해서는 이번 총선 승리가 절실한 입장 이라는 내용이다. 노무현 정권으로 부터 10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야권은 항상 패배 했기에 이번 만큼은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들며 힘을 모을때라고 말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제는 타이밍이다. 내비두면 알아서 칭찬받아 마땅한데 하필 요 근래들어 가장 핫 하면서 정치 사안의 극대화 장치로 갈채를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발을 빼는 제스처를 취했냐는 점이다. (3월 1일 오후 11시경 뉴스에 따르면 다음날인 2일. 이종걸 의원을 끝으로 종료를 선언하였네요) 물론 필리버스터는 아직 공식적으로 중단한 상황도 아니고, 마치 총알받이로 나서서 언급한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십중포화를 맞게될 상황은 이미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득 궁금 해졌다. 그들은 하필 지금 이시점에서 중단을 언급 했을까? 그들이 얻는 것이 이 시점에서 대체 무엇이 있기에 말이다.
어찌보면 이렇게 자책골을 넣는 경우가 있나 싶기도 했다. 민주당은 일전 총선 지역과 관련 되서 몇몇 지역에서 잡음을 일으키며 내,외적으로 홍역을 앓아오고 있던 상황이다. 다양한 말들이 오고 갔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이는 크게 중요한 관점이 아니라 본다. 김종인 체재를 기반으로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어오던 상황이고, 근래 발표된 공천 컷-오프 에서 나름의 시점으로 물갈이를 하겠다는 모양새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비대위 자체의 구성 문제나 김종인 대표에 대한 전적 및 성향을 비롯해서 욕을 먹을 건덕 지들은 가득한 상태지만, 그럼에도 진중하게 일해가겠다는 의지 만큼은 칭찬해 주고 싶었다. 적어도 어설프게 액션 취해가면서 가뜩이나 좁디 좁은 구멍을 옮겨죄는 정국의 모습에서 나름 신선한 맛이 조금은 풍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지금껏 쌓아가던 신뢰를 깡그리 차 버리는 발언이 튀어 나온 상황이다.
이뿐만일까? 이를 통한 반사이익은 정치의 거리를 멀게하는 역풍으로 발생될 상황이 있고, 이를 놓치지 않는 새누리당의 견고한 결집의 절정과 첫단추부터 집중 포화를 당하며 애매하게 포지션을 유지해왔던 국민의 당으로 귀속 될 것이 뻔할 것이다. 내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간만에 여당이 야당한테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그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간만에 느끼는 사이다 감정 이었을 것이다. 다수의 비율이 넘겨지진 않더라도 분명한 것은 이를 통한 야권 분열은 더욱 가시화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박의원이 중단을 언급하며 말했던 야당의 패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과 정면으로 배치 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미심쩍게 들린 대목은 '총선승리'라는 단어로 요약 되겠다. 그럼 이번 총선에서도 그들의 노력에 대비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의 책임은 누구한테 돌리게 될 것인가? 단지 여권의 결집이 거대 했고 우리의 힘으로는 엿부족이었다 정도의 평가를 내리기엔 무리가 따를 것은 누구보다 그들 스스로 잘 알것이다. 여기에 패배만의 결과만 놓여지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속수무책으로 통과될 다양한 법안들의 결과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어찌보면 그들에겐 천운이 따를 타이밍으로 이번 필리버스터를 손에 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는 야권과 진보 모두) 또한 오랜 시간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 이를 놓아버리고 총선 대비에 집중하겠다는 목표의식은 향후 그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성적표의 결과가 참담할 것이라는 점을 모르고서 하는 행위가 아닐것이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이 조차도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여지껏 투표를 왜했나 싶었던 입장에서 이렇게 까지 투표를 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투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내일을 향해 미약한 '희망'을 기대하기 때문이겠지만)
정치와 시국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나에겐, 대체 왜 그랬는지 판단해보는 것은 분명 어렵다. 두서없는 글의 이유는 결코 진중하지 않다. 허나 이대목을 지켜보며 끊임없이 들어가는 생각은 '왜 그럴까?' 라는 점이다. 진실을 알 길은 없으나, 적어도 발언의 파급력이 그들에게 돌아갈 방향에 있어서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리라는 장담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서가
201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