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앞서 고백하자면, 평소 극장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닙니다. 애초부터 '이건 꼭 봐야겠다'라는 영화가 생기거나, '오늘만큼은 작정하고 가야겠다' 라고 단단히 마음 먹기 전까지는 잘 안가게 됩니다. 싫어하거나 기피하는건 아니지만, 내키는 영화가 없기도 하지만 필자가 느끼는 극장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통의 여가 생활이라 불릴 만한 것들이 얼마나 존재할까요? 쪼들리는 주머니 사정이 지속되면서, 극장은 '최소한의 여가생활' 로써 충분히 수행하는 공간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임은 틀림없습니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CGV가 지난 3월 3일부터 '좌석 등급별 가격차등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요지는 '시간대 별, 좌석대 별 기준으로 가격을 측정하여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다양화한다'는 내용으로, 제도 자체가 모든 상영 관을 기준으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 40군데 영화관은 변경 대상 제외), 시행은 불가피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실질적 가격 인상이라는 의견으로 모여졌습니다. 이미 '뒷담화 PEOPLE' 방송에서도 언급 했던 상황 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올해를 기점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 할 것이다.'라는 필자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쯤이면 대놓고 갑질을 행하는 셈이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전부터 좌석에 값어치를 매기고, 차등을 두는 것에 선두를 달려온 것이 CGV 였단 점을 감안하면 딱히 이상하진 않겠지만, 그것은 엄밀하게 상영관 자체의 퀄리티를 달리 만들고 지었던 규정이었습니다.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적 권리'를 내세워 다양한 영화관을 만들고 그에 맞는 가격을 받아왔던 것이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좀 다를 것 같습니다. '기존 그대로의 영화관의 값을 차등화 한다.' 실제적인 가격 경쟁력을 제쳐 두고서 라도, 실 수요자인 소비자가 얻는 것은 무엇 일까요? 결론부터 보자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단지 예전부터 불편하던 좌석 자체를 조금 더 싸게 본다는 (이 부분도 보고자 하는 영화의 시간대와 좌석이 맞아야 하는 조건이 발생하죠) 이점은 가격이 아니라 서비스에서 해결해 볼 수 있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 맥스무비)
질소과자, 각종 서비스 가입 약관, 카드사 혜택 축소. 이전부터 만연해 온 기업들의 꼼수 방식 이었습니다. 이번 문제도 크게 다를 것은 없어보이지만, 기존에 있던 것을 가지고 소위 '장난질'을 행한 것 처럼 보인 다는 점은 앞선 대목 들과 마찬가지로 크게 언짢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제값주고 제시간에 영화를 보지 못하고 억지로 광고까지 봐야하는 상황도 화가 나는 판국에, 이제는 가격까지 더 받으려는 행위는 그들의 속셈자체에서 이미 결론이 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때마다 소비자들이 기초적인 서비스의 향상을 요청할 때 흔히 들었던 대답은 '수익 문제'라는 점을 근거로 삼아온 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올려 서비스를 더욱 향상 시키거나, 질적으로 개선되어 졌다고 생각이 든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앞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편의성 이라는 명분과 수익 문제라는 이유아래 가격 인상을 단행한 셈이죠. 이번에도 멀티플랙스 업계 1위라는 그들만의 논리로 밀어 붙인 것입니다.
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소비자들의 감정은 크게 상한 모습이지만, CGV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내놓는 심경은 다소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인 상황만 놓고 보자면, 다시금 전체 좌석에 대한 가격 인상에 앞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의 결과는 자명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얊아지는 지갑이, 더욱 처량하게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작성, 수정 : 서가 (SEOGA)
@1차 탈고 : 2016.03.30
@2차 탈고, 수정 : 201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