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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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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물 모처럼 밖으로 나갔다. 피부과를 다녀오고, 머리를 새로이 다듬었다. 떨어져가는 향수도 새로 구매했다. 가볍게 점심도 먹고, 인파 속에서 유유히 홀로 길을 재촉했다. 시간은 분주하게 흘러갔다. 저녁 무렵 집에 도착해서는 집안일에 매진했다. 이불을 포함한 빨래부터 청소, 분리수거까지 명료하게 처리했다. 은근히 거슬리던 손,발톱도 말끔히 다듬어주었다. 쾌쾌한 집안의 냄새도 빼내고, 향긋한 오일로 분위기를 정화해나갔다. 오랜시간 부재했던 책상도 정리했다. 방전된 기기도 서둘러 충전을 먹였다.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 되돌아보니 오늘은 들인 돈 만큼이나 참으로 알차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에도 가시지 않은 갑갑함은 달아날 줄 모른다. 잊혀지기 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휴대폰 속에 쌓여있..
일상-열아홉 지속될 것 같던 한 순간의 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지금이지만, 나는 여전히 꿈속을 헤메는 기분이다. 어느 시간에 깨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했노라 스스로 위안 삼는 것도 한계가 따른다. 점차 피폐해진다. 몽롱한 기분만큼이나 가라앉는 마음을 쉽게 잠재울 수는 없어 보인다. 이전처럼 더 많은 잠과, 고민할 필요 없는 메뉴 선정. 더욱 내리쬐는 여름날의 햇살. 겉으로는 흘러가는 데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속이 타버린 시간 또한 적지 않다.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는 후련함이 한켠에 남겨지고 있다. 뜨거운 날씨 마냥 뜨겁게 타올랐던 순간들이었다. 남은 것이라곤 작별을 고하는 것 뿐인데,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졌다. 어떠한 마음의 감정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는 그저 우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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