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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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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물다섯 복잡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나에게 닥친 혼란이 아무렇지 않을 세상의 혼돈 속에서, 나는 쥐죽은 듯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지난 겨울의 나는 그러했다. 아직도 헤메이는 감정의 흐름아래, 나의 삶과 혼란이 사그라들기만을 바랬다. 아무런 의욕도, 열의도 나타나려 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의 마음은 추위와 함께 얼어붙어갔다. 이 시간을 견디어 내야만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수긍하고 있었다. 부정하려 하면서도 외면했던 것은, 그것이 도리어 감정의 화가 되어 닥쳐온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이 파편될 수록, 나의 사유로 치루어 지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였다.다시금, 봄이 왔다. 혼돈스럽던 세상은 따스러워지는 봄바람과 같이 세상..
일상-스물셋 어느덧 4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여전히 가시지 않은 설움의 감성을 띈 공기와 찬바람이 섞이며 몽롱하게 중화되어 가는 자화상을 바라보고 있다. 나날이 빠져들어가는 수렁은 깊어져만 갔다. 이따금 정신이 돌아오는 날이 있었지만, 그 마저도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알면서도 외면하게 되고 그것이 일상이 되어 갔다. 우울증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그래도 이번달은 뭘 해보고자 발버둥을 쳐본 것 같다. 올초 내부 인테리어를 제법 크게 바꾸었는데 그 와중에 바꾸지 못한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아에 걸리는 경우가 제법 많아졌다. 몇 달 끙끙 앓으며 고심했었지만 이내 포기하던 찰나, 작심하고 이번에 바꾸면서 완성시켰다. 덕분에 책상머리에 앉는 시간이 다시 늘어났..
일상-열여덟 인간이 나른해질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언제일까? 어느 환경에 머물고 있던지 간에, 환경안에 속한 사회를 마주하며 나의 삶을 나른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여유. 그것은 언제쯤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마도 내가 처한 삶의 방향이 목표라는 낯선 벽을 만나서 일까? 목표를 꿈꿔오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목표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유야 여러가지이겠지만, 아마도 나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리라 여겨진다. 남들 못지 않은 (?) 특출난 삶일수도, 혹은 매우 싱거운 인생일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겪어오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목표를 가져본 적은 없었다. 원하는 방향이 보여지면 주저없이 달려가곤 했다. 때론 상처를 입고, 때론 빛을 지며, 때론 혼자 남겨지던 순간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가고자 하는 방..
일상-열입곱 매년 이 시즌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몰아치는 업무에 파뭍힌다. 살기 위한 방편인 것이 현실이지만, 이래야 먹고 살수 있다는 사실이 기저에 깔려있다. 때론 자괴감이 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처럼 호기롭게 파이어족으로 준비하고자 하는 것을 도전하는 것도, 모으는 습관을 잘 다스려 꾸준히 재정을 관리하는 능력도, 모두 나에겐 함량 미달인 기준치였다. 살아오며 느끼는 것이지만, 지나간 버스를 바라보며 한탄해봐야 급한건 나의 이야기다. 떠나간 버스가 사정을 알아주지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이 진리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 속에 삽질을 거하게 했던 것인가. 현재 상황도 어찌보면 도로아미타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목표와 해야할 명분은 손에 쥐게 되었기에 내심 다행이..
일상-열여섯 성과는 내야 하는 것이 맞을까?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맞을까? 느닷없이 든 생각이었다. 개개인의 인생과 주변과 환경 등의 복합적인 요소를 더해 생각해 본다면.. 과연 어느 명제가 정답일까? 적어도 이 땅위에서 나고 자라 숨 쉬는 모든 이들이라면, 성과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가정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모임에서 등 어떠한 환경에 처해있든 간에 말이다. 최근 들어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과거처럼 몰입이 쉽게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일이 복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뒤따르고 있다. 공식처럼 늘어지는 '해야 할 건 많은데, 시간은 없고...'와 같은 논리를 펴고 싶지는 않다. 효율성을 고려해 볼 때 최적화..
일상-열다섯 막연히 든 생각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며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이는 곧 글로 밥벌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싶다는 사실과 연동되는 이슈이기도 하다. 글을 쓰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단한 것을 담아낼 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커져가는 것은 사실이다. 작년 시작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여러해를 거치고, 이제 나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의 밑에서 과연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돈을 벌 수 있을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자유, 직업의 자유 등등.. 조금은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시간인것 같다. 30대 시절의 다사다난 했던 사회 경..
일상-열셋 무릎 부상을 당한지 어느덧 1주일이 지났다. 지난 주말부터 반깁스를 풀었고, 그 자리를 무릎 보호대가 대신했다. 조금씩 다친 부위를 움직여 보고 있지만 아직 뻐근하고, 낯설고, 어색함이 근육에서 밀려온다. 회복하는 것이 우선시 되야 하는 것에는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여파로 보낸 한주의 컨디션은 제법 떨어졌음을 피부로 느꼈다. 반깁스를 차고 있던 한주동안 평소보다 일을 집중 하는데 쉽지 않았다. 일단 앉아 있는 것에 무리가 왔다. 허리부터 되퇴부에 이르는 구간까지 뻐근함의 연속이었다. 급한데로 허리 받침 쿠션을 주문해서 사용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제 아무리 반깁스라고 하지만, 종아리까지 감싸주는 상황이었기에 쉽사리 편해지지 못했다. 퇴근 후 환부에 찜질을 해주다가도 마무리 시점에는 허리를 찜..
일상 - 열둘 6월 초순 잠시 떠나온 여행 이후. 차곡히 쌓여간 프로젝트들이 하나씩 줄어가는 동안, 주말마저 일과 잠을 맞바뀌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그렇게 8월의 후반기를 맞는 일요일도 어김없이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어 더위를 맞았던 주말이었다. 자고 깨서 먹고 잠시 작업하다 다시 자고부터를 반복하며 월요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무렵이 되었을 때만 겪을 수 있는 송별의 시간이 있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는 메시지인 처서 무렵. 한 여름밤의 귀뚜라미 소리의 울음이 길가를 채워가고, 낮 동안의 뜨겁게 달궈졌던 열기는 아침, 저녁으로 식어가는 느낌이 체감으로 돌아오는 수준의 시간. 매년 반복되지만, 동일하게도 8월 이 무렵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 이 분위기를 감지했던 것이 20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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