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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

일상의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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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아주 간혹, 사용하던 것을 전혀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분명 잘 쓰고 있던 리모컨이 갑자기 보이질 않아 성질을 내며 찾게 된다던지, 한참 사용하던 휴대폰이 온데간데없는 상황에 놓여 짜증이 난다던지. 가끔씩, 한번 이상은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그렇다지만, 이런 경우로 지난 몇일을 험난한 고행길로 빠져들지 알 수 없었다. 사건의 경위는(?)이렇다.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아이디로 접속하여 글도 쓰고, 이것 저것 만져가면서 나름 쏠쏠한 즐거움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팀 아이디로 사용해서 관리할 계정으로 인해 잠시 로그아웃을 하고, 접속 아이디를 바꾼 이후에 다시 로그인을 하려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접속이 안 되는 것이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방금 전까지 글도 쓰고, 이것저것 만지면서 정리를 했는데. 접속이 안된다고!?'

그 짧은 순간 동안,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리가 이상해진건지, 아이디가 해킹당하건지 등 별의 별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와중에, 두 손과 눈은 정신없이 접속을 성공시키기 위해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대체 왜 방금 전까지 잘 쓰던 아이디가 접속이 되지 않는 이유를 찾아다녔다. 이 넓은 가상의 벌판에서 길을 잃어버린 상황. 어떻게든 이정표를 찾아가야 한다. 가슴 한켠에서 밀려오는 억울함을 차분히 진정시켜가며, 내 열쇠를 찾고자 이리저리 땅을 파며 삽질을 해댔다. 그럼에도 한결같았던 답변.  '누구시죠?'

이쯤에서 돌이켜보니 원인은 단순하지만 복잡한 것이었다. 바로 카카오 계정 통합을 진행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디의 통합 과정에서 현재 사용하던 아이디가 누락되고, 다른 아이디로 병합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을 알아내기까지 꼬박 나흘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메일로도, 실시간 상담으로도 왜 안 되는 거죠라며 열심히 질문을 던졌지만, 결과는 아이디 찾기 방법에 관한 다양한 루트의 안내뿐.

상황이 이러한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면 영영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었겠지만, 엉뚱하게도 정말 단순하게 찾게 되었다. 온 집안을 찾아다니던 리모컨이 내가 누워있던 소파 머리 위에 있었던 것처럼, 나아가 오늘 하루의 과정을 복기해보며 생각해보던 와중에 책상 구석에 놓인 핸드폰을 발견 발견한 것처럼. 접속이 안되었던 그날, 계정 통합을 하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던 아이디 또한 함께 진행했었는데 하필 그 아이디에 티스토리 계정 또한 같이 통합시켰던 것을. 내 예상보다도 단순했던 비번이 이정표의 주소지였다는 사실을 허무하게 발견한 지금. 여태껏 뭘 한 것일까. (하아..)

나름의 억울함(?)과 안도감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근히 써 내려가 본다.

앞으로도 이런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좀 정신은 챙기고 살아야겠다. 헌데 그러기엔 요즘은 여러모로 헷갈리고 정신없는 것도 많고, 대체 수단이 많아지다 보니 이전보다 더 헷갈리지 않을까. 일상이 편리해지는 것이 한편으로는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결국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 어쩌겠는가, 잘 외우는 수밖에. (아날로그가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겠지.)

 

210729  

 

 

 

- 2021.07.29 :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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