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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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백
일상-스물여섯
뜨거웠던 시간이 잦아들어가고, 다시 가을이 찾아왔다. 한해를 넘기며 나는 정체되어 간다는 것을 하루하루 체득하는 중이다.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 모른채로 시간에 부유 중이다. 잠깐 정신이 든 적도 있었지만, 이내 제자리로 회귀했다. 막연한 시간과 세상은 나를 제치더라도 아무런 꺼리낌 없이 제 할일을 하고 있다. 막연히 나아질거란 근본없는 자신감은 점차 축소되고 위축되어 갔다. 내가 정체될 수록 소득없는 지출은 어떠한 형태로든 청구되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외면하고 싶지만, 정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멍한 정신을 깨우는데 시간이 걸림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는 나아가야 한다. 숲을 보고 있다는 개념을 벗어나 일단 나무라도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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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백
일상-스물다섯
복잡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나에게 닥친 혼란이 아무렇지 않을 세상의 혼돈 속에서, 나는 쥐죽은 듯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지난 겨울의 나는 그러했다. 아직도 헤메이는 감정의 흐름아래, 나의 삶과 혼란이 사그라들기만을 바랬다. 아무런 의욕도, 열의도 나타나려 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의 마음은 추위와 함께 얼어붙어갔다. 이 시간을 견디어 내야만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수긍하고 있었다. 부정하려 하면서도 외면했던 것은, 그것이 도리어 감정의 화가 되어 닥쳐온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이 파편될 수록, 나의 사유로 치루어 지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였다.다시금, 봄이 왔다. 혼돈스럽던 세상은 따스러워지는 봄바람과 같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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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색
Brandi Carlile - The Joke (2016)
이 글의 초안을 적어 가던 지난 6월. 지극히 개인적이었지만 충격이었고, 절망스럽던 일상을 견디어 내는 것이 주어진 일상에 가장 중요한 순위로 적용되었습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도, 누구도 위로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기대어 서럽게 울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조금이나마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올해의 마지막을 멍하게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 글에 대해 적잖이 첨삭하는 상황을 곁들이는 것도 있겠지만요.이윽고, 그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직까지는 마음의 평안을 맞이하기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해지는 상황이지만, 어느덧 반년 전 글을 적어가던 첫 순간에 비해 상황은 복합적으..